8월 2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압승했다. 이미 예견되어 온 일이다. 김부겸 전 의원(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21.37%를 얻어 2위에 그쳤다. 아마도 김 전 의원은 이번 경선에서 가장 큰 패자일 것이다.
김부겸 전 의원은 그동안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들 중에서는 나름 온건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평을 들어왔다. 민주당의 험지(險地)인 대구에서 안 되는 줄 알면서 번번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주당이라고 하면 고개부터 가로젓는 이들 가운데서도 '그래도 김부겸이라면…'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없지 않았다. 그에게서 '제2의 노무현' 의 가능성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이번 대표 경선 기간 동안 친문(親文)표를 겨냥한 듯, 강경한 얘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의 성향이나 정치이력, 민주당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가능한 얘기는 아니었겠지만, 만약에 그가 일종의 우(右)클릭 전술을 썼다면 어땠을까? (물론 여기서 '우(右)'라는 것은 민주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민주당 내에는 대책 없는 대깨문들을 보면서 "저건 노무현 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친노반문(親盧反文), 소위 진보성향이면서도 저렇게 기업을 두들겨패고 탈(脫)원전을 밀어붙이는 막무가내식의 정책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노영민-추미애-김현미-조국 같은 인간들에게 학을 뗀 사람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전히 숭앙하면서도 친문의 행태에 대해서는 이해 못하는 호남 사람들, 호남에서 태어난 죄(?)로 민주당에 몸담고는 있지만 성향으로는 보수에 가까운 사람들, TK이면서도 죽 민주당을 지지해 왔지만 '대깨문은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파가 보기에는 어차피 그 패거리라고 하겠지만, 어쨌든 소수이나마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김부겸 전 의원이 대깨문에게 아부하는 대신에, 대깨문으로부터 소외된 이런 세력들을 포섭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물론 그 경우 김 전 의원은 민주당 경선에서 표를 더 잃었을 것이다. 어쩌면 17.85%의 득표를 한 박주민 의원보다도 밀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랬으면 국민들 사이에서는 그를 다시 보는 사람이 생겼을 지도 모른다. 대책 없는 친북(親北) 586 정당이 아니라 합리적인 리버럴 정당으로 민주당이 거듭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그에게 보았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김부겸 전 의원은 이를 기화로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면서 대선 주자로 도약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김 전 의원이 그런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분명 있었다.
김부겸 전 의원은 그와는 정반대로 갔다. 어떻게든 당권을 잡아보겠다는 안간힘, 40대 재선인 박주민 의원에게 밀려서는 안 된다는 초조감 때문이었겠지만, 대깨문 저리 가라 할 황당한 막말들을 쏟아냈다. 그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조차 그런 그를 보면서 '저 사람이 저거 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특히 김부겸 전 의원의 뜻이었는지, 그의 부인의 뜻이었는지는 몰라도, 김 전 의원의 부인이 자기 오빠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공개한 것은 참 나쁜 선택이었다. 김 전 의원도, 그의 부인도, 권력을 위해서라면 인륜도 저버리는 패륜아처럼 보이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마 유학(儒學)의 유풍이 아직도 남아 있는 지역 정서상 이 일은 두고두고 김 전 의원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김부겸 전 의원은 이번 경선 과정에서 그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어쩌면 민주당 내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하면서 더 큰 정치를 할 수 있었을 수도 있는 그는 친문세력에게 영합하려다가 그 기회를 날려 버렸다. 민주당도 김부겸 전 의원을 밑천 삼아서 TK에 작은 발판이라도 마련하는 것은 물 건너 갔다.
August 30, 2020 at 12:37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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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표 경선의 가장 큰 패자는 김부겸 전 의원? -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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